아들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 조 마리아

_마디 2024. 3. 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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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너무 많은 눈물이 숨어 있는 편지.

아들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하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그저 딴 맘먹지 말고 죽거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벌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바로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서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안중근 의사에게 쓴 마지막 편지 내용이다.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이 짧은 시에 너무 많은 눈물이 숨어 있다.
단지 나의 상상력일까.
 


수의를 지으며 수의에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울음을 무던히도 참아야 했을
어머니의 모습이 떠 오른다. 혹여나 눈물 자국이 남을까 참고 참고 참고 참아야 했을 그 눈물.

눈에 머금은 눈물 때문에 앞이 얼룩져 바느질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그 손,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몇번은 찔려야 했을 그 손,
손이 찔려 아프다는 핑계로 머금고 있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수의 짓는 동작을 잠시 멈추어야 했을 그 손.
잠시만 울자고 다짐했지만 그치지 않는 눈물에 늦어지는 작업 속도에, 애가 탔을 그 마음까지도
다 들어있다.
 
수의를 차곡차곡 개고 나서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쥐고
앞에 펼쳐 놓은 종이를 보며,
그렇게 다짐했건만 다시 뚝뚝 떨어지려는 눈물.
수백번 참고 참으려 했지만 한, 두번 잡지 못해 눈 밑으로 떨어지는 눈물로 인해
젖은 종이.
혹여 눈물 자국을 보고 아들의 마음이 흔들릴까, 종이를 바꾸고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했을 
그 편지.
거기 숨은 수 없이 많은 눈물들.
 
수의와 편지를 받은 아들.
애써 흔들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 잡고
일제 병사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속으로만 흘렸을 그 눈물.
 
그렇게 참고 숨겼건만 결국엔 감추지 못하고 편지지 끝자락에 떨어진 어머니의 눈물 한방울,
그 눈물자국을 발견했을 아들.
차마 대성통곡하지 못하고 이를 꽉 물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작 두 어 방울 흘리는 것으로 모든 감정을
마무리 했을 아들의 눈물.
 
너무, 너무 많은 눈물들이 흘려진 편지였다.
 
아니면 단순히 나의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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