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싸이월드가 한창 성행하던 때에 백문백답이니 천문천답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하는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는 그런 것들을 쓸떼 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글 읽기도 귀찮고 아무도 안읽어줄 그런 걸 왜 하고 있나 싶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사소하고 시시한 질문에 답하는 것들이 나의 정체성을 잡아준다는 걸 알았다.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좋아하는 만화는 뭔지 하는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안락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망의 시점을 뇌사로 볼것인가 아니면 심장정지로 볼것인가 하는 비교적 진지한 문제까지.
어쩌면 그런 활동들이 '아무거나'나 '선택장애' 같은 주체성 없는 행동들을 피하게 해주는 실마리는 아니었을까?
글/생각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