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冬至
요약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이다. 음력 11월 중기(中氣)이고 양력 12월 22일경이 절기의 시작일이다. 북반구에서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아서 밤이 가장 긴 날이며, 같은 시간에 남반구에서는 이와 반대인 하지가 된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종교적으로 혹은 풍속적으로 축제로 삼았다.
-출처 네이버 '동지' 검색
#1
동지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몇몇가지 있다.
특히 팥죽에 관한 강렬한 추억이 있다.
벌써 10년전의 일이다.
친구 6명이서 400명분의 간식을 배분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날 저녁 간식이 하필 팥죽이었다.
400인분을 성황리에 나눠주고 나서 우리도 간식을 먹고 있는데 간식을 제공해주신 분의 한마디 "너네 이거 남기면 안돼."
남은 팥죽은 얼추 100인분이 었다.
팥죽 더 드실분을 찾다가 찾다가 겨우 70-80인분정도가 남았을 때부터 시작된 여섯남자의 팥죽 먹기 릴레이.
그당시 왜그렇게 멍청했는지... 아니면 순진했던 건지 우린 그걸 다 먹고 있었다.
한사람당 10분씩...
군대에서나 쓸법한 국통에 1/5정도에서 시작된 이 미련한 릴레이는 국통의 바닥이 거의 보이기 시작할 때 쯤 그쳤다. 우리는 동시에 깨달았던 것이다.
'더 먹으면 죽는다.'
벌써 10년전의 일이고, 많이 희미해진 추억이지만 그이후 지금까지 팥죽이라면 절레절레..
팥죽 공포증에 걸렸다.
#2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동지에 관한 시 한 편을 배웠는데, 시의 표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무척 마음에 들어 한동안 별 내용도 없는 시를 외우고 다녔던 적이있다.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니불아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동짓 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
지금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다.
그 유명한 황진이의 시이다.
임이 누군지도 배웠던거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
황진이가 여자였기에 쓸 수 있는 감정이 담겨있다. 애절함이나 그리움
한 단어로 짧게 표현해내기 어려운 사무치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했을까...
이런
엄청난 시를 볼때면
내가 쓰는 언어의 범위를 생각해보게 된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너무나도 다른 차원의 그것인 마냥
그저 감탄할 뿐이다.
여튼 오늘은 1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다.
물론 팥죽은 안 먹을 거지만.
동지의 기나긴 밤을 별 탈 없이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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