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생각기록

메이플 스토리의 추억

_마디 2023. 6. 1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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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메이플 스토리의 추억


메이플 스토리.
논란이야 많지만 한국 RPG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





2004년.
그러니까 게임이 출시되고 1년이 채 안 되었을 때, 게임을 시작했다.

같이 할래? 라는
친구의 한마디.


결국은 나 혼자만 하게 되었지만
2년동안 게임 안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1>

전사
마법사
궁수
도적

4가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서 캐릭터를 키워가는 아주 단순한 판타지 게임.

마법사를 선택했다.

캐릭터를 새로 생성하면 힘, 민첩, 마력, 운 4가지 스텟의 처음 분배를 위해 주사위를 굴려야 했다.

그시절 우리는 스텟을 4/4에 맞추기 위해 몇번의 클릭질을 했었던가.
4/5나 5/4는 '허접', 5/5는 '망캐'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40여분쯤 돌리다 보면 정신줄을 놓치게 된다. 아마 이때부터 끈기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50분이 좀 못되었을 때 5/4정도로 타협을 봤던 것 같다.
그래 가끔 지팡이로 슬라임 후두려 팰 때도 있겠지.
힘 +1정도는 뭐.


초보자 마을에서 최대한 레벨업을 하고 가는게 유행이었다. 초보자 스킬도 없던 터라 단도나 쇠도끼를 들고 오직 평타만으로 인고해야하는 시간이었다.

마법사는 특히 레벨업을 하더라도 힘을 올릴 수 없었기에 달팽이 한마리와 싸울때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주황버섯이라도 마주치는 날엔 전투에 임하기 앞서 큰 결심을 해야했다.

나는 레벨 5를 찍고 초보자 마을을 벗어나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갔다.
도착한 곳에서 전직을 하러 가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맥도, 재산도 없는 완전 생초짜에게는 한가지 선택지 뿐이다.
택시는 너무 비싸고 한번도 안 가본 마을의 귀환서가 있을 리 만무하다.

방향키와 점프, 그리고 평타.
오직 걷기. 전진.

마법사 전직을 위해서 엘리니아라는 마을을 찾아가야 했다. 당시에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게임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겠다는 생각도 못했었다.
정보는 친구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다. 정보에 빠삭한 사람이 꼭 한명씩은 있었는데, 아마 게임 가이드북 같은 걸 읽었지싶다.


레벨 8을 찍고 드디어 전직까지 성공.
여기까지 일주일 걸렸다.

당시 이 게임은 노가다와 시간투자가 굉장히 심했었다.
레벨 30을 찍기 위해서 적당히 하는 사람은 대충 반년~1년이 걸렸다.

마나포션은 비쌌고 돈은 잘 모이지 않았다.
죽으면 떨어지는 경험치가 뼈저리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돈이 많은 표창 도적들은 스틸을 많이 했다. 활개쳤다.

인맥도, 돈도, 정보도 없는 난
노가다가 전부였다.




<2>

저랩 마법사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드디어 스킬을 찍을 수 있지만 마력과 마나를 높여주는 스킬을 우선적으로 찍어야 했다.
8때 찍은 에너지 볼트 스킬레벨 1로 14-15까지는 버텨내야 했다.

에너지볼트는 속도가 많이 느려서 나중에는 쓸모가 없어지는 스킬이라 정석적으로는 매직클로를 마스터했다.
매직클로는 빨랐지만 초반 데미지가 하찮았기 때문에 에너지볼트에 1을 투자했다.
이런 스킬트리들은 모두 친구들의 입을 통해 구전되었다.

나중에야 스탯, 스킬 초기화 같은 캐시 아이템도 나왔던 것 같지만 라떼는 그런거 없었다.
클릭 한번이 캐릭터의 흥망을 좌우지했다.


드디어 매직클로를 찍었을 때의 그 희열.
그것을 위해 무수하게 잡았던 슬라임, 돼지들, 주황버섯들...
그리고 말도 안되게 낮은 데미지와 반대로 믿을 수 없을만큼 빨리 떨어지는 마나.
그걸 바라보며 실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벨업을 하는 것 외에도 굉장히 광활한 맵을 돌아다니면서 히든스트리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맹목적이 레벨업보다는 맵을 떠돌며 여행하는 재미를 많이 느꼈었다. 말 그대로 RPG같은 구석이 있었다.

개미굴 던전으로 가는 길에 골렘이란 몬스터를 처음봤던 순간.
컴퓨터 사항때문에 뚝뚝 끊기는 프레임 핸디캡을 가지고 인내의 숲을 완료했던 순간.
레벨 21을 찍고 커닝시티 파티퀘스트를 처음으로 하는 순간.
드디어 골렘에게 miss가 아니라 내 공격의 데미지가 꽂히던 순간.
개미굴 끝까지 도착해서 발록이 나타나는 모습을 본 순간.

많은 순간들이 지나갔다.
추억이 되어갔다.







E2. 메이플 스토리의 그녀

레벨 20초반쯤.
헤네시스 메인스트리트.
잠을 잘까 사냥을 좀 더 할까 고민하던 차.

어떤 캐릭터가 내 캐릭터에게 말을 걸어왔다.
당시 20초의 레벨이면 2차 전직을 눈 앞에 둔,
초보를 갓 벗어나 메이플 좀 해봤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무슨 염치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길가던 나를 불러서 "쩔" 해달라고 했다.
https://namu.wiki/w/%EC%A9%94 

쩔 - 나무위키

쩔이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레벨이 높거나 스펙이 좋은 유저가, 그렇지 못한 유저와 함께 파티 사냥을 뛰어주거나 몬스터를 대신 잡아주는 행위를 뜻한다.

namu.wiki

해드렸다.



그날 한번만 해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쪽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예 스킬트리를 쩔 받을 생각으로 찍었다고 한다.
공격스킬을 찍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인연이 이어졌다.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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